특수 화학 소재 시장이 2025년 9,043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는 가운데, 한국의 대표 화학기업 금고석유화학이 글로벌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와 혁신에 나서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금고석유화학은 오히려 기회를 포착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간 7조원이 넘는 매출 규모를 자랑하는 이 기업이 어떻게 특수 화학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 리더로 자리잡고 있는지 심층 분석해본다.
EPDM 세계 3위, 아시아 1위 입지 더욱 공고히
금고석유화학 계열사 금고폴리켐이 3,000억원을 투입해 EPDM(에틸렌프로필렌다인모노머) 5라인 증설을 완료하면서 연간 생산능력을 기존 24만 톤에서 31만 톤으로 확대했다. 이로써 금고석유화학은 국내 1위, 세계 3위의 EPDM 생산 지위를 더욱 확고히 다졌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금고석유화학과 Jilin Petrochemical의 증설로 2025년 세계 EPDM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9.3% 증가할 전망이다. EPDM은 내열성, 내오존성, 내약품성이 우수한 특수 합성고무로서 자동차 웨더스트립, 타이어, 전선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소재다.
특히 전기차 시장 확산과 함께 EPDM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로 인해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무거워 타이어 마모가 심하고, 이에 따라 고성능 EPDM 소재 타이어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7년부터 시행되는 EU의 '유로7' 규제는 타이어 마모로 인한 미세먼지까지 배출 규제에 포함시켜, 더욱 고성능의 특수 화학 소재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바이오 기반 친환경 소재 기술,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부상
금고석유화학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바이오 기반 친환경 소재 기술 개발이다. 회사는 사탕수수 기반의 바이오 원료에 핵심 고기능화 기술을 접목해 친환경과 타이어 성능을 모두 충족하는 신소재 합성고무의 파일럿 제조 기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환경부에서 지난해 7월 금고석유화학의 합성고무 6개 제품, 합성수지 4개 제품, 정밀화학 2개 제품 등 총 12개 제품이 국제 친환경 인증 ISCC PLUS를 획득한 것도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이번 인증으로 기존 4개 제품에서 16개 제품으로 친환경 인증 범위가 4배 확대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존 원료 공급망에서 모노머인 AN(아크릴로니트릴), BD(부타디엔)를 유채씨유, 폐식용유 등 친환경 원료를 사용한 바이오 납사로부터 생산되는 바이오 모노머로 전환하는 기술을 상용화했다는 것이다. 이는 SK지오센트릭, 동서석유화학과의 협력을 통해 구축한 '지속가능한 바이오 원료 공급망'의 성과로 평가된다.
MDI 생산능력 1.5배 확대, 폴리우레탄 시장 선점
금고미쓰이화학은 폴리우레탄의 핵심 원료인 MDI(메틸렌디페닐디이소시아네이트) 생산능력을 연산 41만 톤에서 61만 톤으로 확대하며 국내 최대 MDI 생산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증설에는 약 6,700억원이 투입되었으며, 친환경 원료 재생 공정 기술도 함께 도입했다.
MDI는 가구, 단열재, 자동차 내장재, 메모리폼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고부가가치 화학 소재다. 특히 건축 및 자동차 산업에서 경량화와 에너지 효율성이 중시되면서 MDI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금고미쓰이화학은 MDI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염산과 폐수를 원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지속가능성과 원가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다.
더 나아가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제품 개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식물성 소재를 포함한 폴리우레탄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친환경 인증 획득을 앞두고 있으며, 폐폴리우레탄 재생 연구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재활용 비용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탄소포집·활용 기술로 2050 탄소중립 선도
금고석유화학이 추진하는 가장 혁신적인 기술 중 하나는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이다. 여수제2에너지 사업장에 구축한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CCU) 설비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연간 약 6만 9천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재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금고석유화학 전체 탄소배출량의 2%에 해당하는 규모로, 2035년부터 탄소배출 총량을 줄이겠다는 회사의 장기 계획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고석유화학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공정 개선 △무공해차 전환 △바이오매스 활용 재생에너지 생산 등 5대 탄소중립 달성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케이앤에이치특수가스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탄소포집부터 액화탄산 제조까지의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네스터에 따르면, 탄소포집 및 저장 산업 규모는 2025년 92억 6천만 달러에서 2037년까지 818억 6천만 달러로 연평균 19.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전기차 시대 핵심 소재로 급부상
금고석유화학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분야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EP는 범용 플라스틱 대비 성형 가공성, 내충격성, 내열성 등 물성이 우수한 고부가가치 합성수지로, 자동차 부품 및 정밀 기계 부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특히 전기차와 수소차 시장 성장에 맞춰 고기능성, 경량화 소재가 필수인 친환경 모빌리티용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금고석유화학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활용 범위를 전기차 부품으로 확대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재활용 플라스틱 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폐스티로폼을 재활용한 일반 폴리스티렌(GPP) 기반 친환경 EPS를 개발해 가전제품 포장재로 공급하고 있으며, PCR-PS(재활용 폴리스티렌)를 일반 PS와 동등한 수준의 물성으로 생산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CNT와 이차전지 소재, 차세대 에너지 혁명 이끈다
배터리 소재로 각광받는 CNT(탄소나노튜브) 사업도 금고석유화학의 핵심 특수 화학 소재 영역이다. 꿈의 소재라 불리는 CNT는 전기와 열전도율이 구리·다이아몬드와 동일하지만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차세대 소재다.
금고석유화학은 CNT 생산능력을 기존 120톤에서 360톤으로 3배 확대하고, 율촌과 아산으로 이원화되어 있던 CNT 생산 설비를 율촌으로 일원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CNT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양극 도전재로 활용되어 배터리 수명과 용량을 늘릴 수 있는 핵심 배터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 확산과 함께 이차전지용 CNT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금고석유화학은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 성장에 맞춰 CNT 제품 다변화 및 품질 향상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통해 차세대 에너지 저장 기술 분야에서의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다.
2025년 영업이익 42% 증가 전망, 실적 반등 기대
하나증권은 금고석유화학의 2025년과 2026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26%씩 늘어난 3,873억원, 4,86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24년 2,728억원을 저점으로 하는 실적 반등을 의미한다.
특히 합성고무 부문에서의 견조한 실적과 특수 화학 소재 사업의 성장이 주요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고석유화학은 현재 대한민국 타이어업체에 70%의 합성고무를 공급하고 있으며, 북미를 중심으로 SUV 소비 비중이 늘어나고 교체용 타이어 시장에서 전기차용 타이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가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금고석유화학은 나프타분해설비(NCC)를 보유하지 않고 다운스트림 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한 기초유분 시장의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다. 대신 고부가가치 특수 화학 소재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특수화학 시장 1조 달러 돌파, 한국 기업의 기회
글로벌 특수 화학 제품 시장 규모는 2025년 1조 1,100억 달러로 추산되며, 2030년까지 1조 3,300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 4.9%를 기록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자, 자동차, 첨단 제조 분야에서의 특수 화학 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금고석유화학과 같은 기술 리더 기업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전자화학 및 소재 시장만 해도 2025년 638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약 6.1%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장 환경 속에서 금고석유화학은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3년 연속 연구개발비를 늘리며 주력제품인 NB라텍스와 친환경 소재, 이차전지용 스페셜티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라는 신개념을 도입해 사업개발 초기 단계부터 고객과 솔루션을 찾아가는 혁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미래 화학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금고석유화학의 특수 화학 소재 기술 리더십은 한국 화학산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중요한 사례다. 중국의 범용 화학제품 공급과잉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특수 소재로의 전환이 생존 전략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고석유화학은 선제적 투자와 기술 혁신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 바이오 소재, 탄소포집 기술, 이차전지 소재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투자는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와 함께 추진되는 이러한 기술 혁신은 환경 규제 강화와 친환경 소재 수요 증가라는 메가트렌드에 부합하는 방향이다.
1970년 설립 이후 55년간 대한민국 합성고무 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해온 금고석유화학이 이제 글로벌 특수 화학 소재 기술 리더로 거듭나며 한국 화학산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연간 7조원 매출 규모에서 창출되는 안정적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 R&D 투자와 혁신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화학 그 이상의 가치로 공동의 미래를 창조하는 솔루션 파트너를 지향하는 금고석유화학의 행보는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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