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받던 시대 끝났나? 전 사업장 퇴직연금 의무화 완전분석

43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이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한 '퇴직연금 전면 의무화' 방안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일시금으로 받던 퇴직금 문화가 연금화로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현재 300인 이상 대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91.7%에 달하지만,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겨우 10.4%에 그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격차를 해소하고 근로자들의 노후 소득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5단계에 걸친 단계적 의무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퇴직연금 의무화, 언제부터 어떻게 시행되나

정부의 퇴직연금 의무화 계획은 중소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설계됐습니다. 기업 규모별로 차등 적용하는 5단계 로드맵이 핵심입니다.

1단계: 300인 이상 대기업 - 이미 도입률이 높아 우선 적용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있는 대기업부터 의무화를 시작해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도모한다는 전략입니다.

2~5단계: 순차적 확대 - 100~299인, 30~99인, 5~29인, 5인 미만 순서로 단계적 확대가 이뤄집니다. 각 단계별로 충분한 준비 기간과 지원 방안이 제공될 예정입니다.

특히 3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이 자발적으로 조기 도입할 경우 부담금의 10%를 정부 예산으로 3년간 지원하는 인센티브도 마련됩니다. 이는 영세 사업장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면서 제도 도입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입니다.

3개월만 일해도 퇴직급여? 수급 조건 대폭 완화

퇴직연금 의무화와 함께 추진되는 또 다른 혁신적 변화는 퇴직급여 수급 조건의 완화입니다. 현재 1년 이상 근무해야 받을 수 있는 퇴직급여를 3개월 이상 근무시에도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특히 단기 근로자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획기적인 혜택이 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1년 미만 근무자들은 퇴직급여를 전혀 받을 수 없었지만, 새 제도가 시행되면 3개월만 일해도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이런 변화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재정 여력이 부족한 영세 업체는 최저임금 상승에다 퇴직금 부담까지 걱정해야 한다"며 "3개월 근무로 공로 보상을 논할 수 있는지 법적 다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익률 2%대 탈출할까? 퇴직연금공단 신설 검토

현재 퇴직연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 2%대에 머무는 저조한 수익률입니다. 이는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실질적인 자산 증가가 거의 없다는 의미입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퇴직연금공단 신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을 각 공단에서 운영하는 것처럼 퇴직연금도 전문 기관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구상입니다.

현재 국내 유일의 기금형 퇴직연금인 근로복지공단의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이 연평균 6%대의 양호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어, 기금형 도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퇴직연금 사업자인 은행·보험사·증권사들은 퇴직연금 기금화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벤처기업 투자 허용으로 수익률 개선 기대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의 또 다른 방안으로 벤처기업 투자 허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근로에 따른 임금 성격이 있어 투자처가 제한됐습니다.

국내 비상장 주식 등의 투자가 불가능했지만, 앞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가능하도록 완화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퇴직연금 수익률 향상과 벤처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됩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 투자액은 11조9457억원이었는데, 퇴직연금의 투자가 가능해지면 시장 규모가 수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27년까지 퇴직연금보장법 시행령을 개정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중소기업 부담 완화 지원책은 충분할까

퇴직연금 의무화의 성공 여부는 중소기업의 부담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줄여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정부는 여러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장의 우려는 여전히 큽니다.

고용노동부는 신용보증기금과 10개 은행과 함께 퇴직연금을 새로 도입한 중소기업에 최대 5억원까지 융자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총 2837억원 규모의 융자 지원으로 중소기업의 자금 부담을 덜어준다는 계획입니다.

또한 근로복지공단의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에 개인형 퇴직연금(IRP) 제도를 도입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도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한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와 경기 침체로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 부담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해외 선진국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퇴직연금 의무화 논의에서 자주 거론되는 것이 해외 선진국의 사례입니다. 미국의 기금형 퇴직연금인 '401k'는 2019~2023년 5년 동안 평균 9.7%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미국은 애초 퇴직연금을 기금 형태로만 도입했지만, 한국은 계약형이 20년 동안 자리 잡아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계약형과 기금형이 병존하는 일본과 영국의 사례를 보면 더 현실적인 전망이 가능합니다. 일본에서 2014~2023년 10년 동안 평균 퇴직연금 수익률은 계약형 3.8%, 기금형 3.6%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영국에서도 최근 5년간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이 계약형 7.5~10.7%, 기금형 5.1~8.3%로 조사돼 기금형이 반드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하나

퇴직연금 의무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찬성 측은 근로자의 노후 소득보장 강화와 임금체불 방지 효과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그간 퇴직금제도는 체불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 실 적립을 확인할 길도, 강제할 방법도 없는 '깜깜이'였다"며 "퇴직연금 의무화법이 통과되면 근로자의 노후 소득원 증대는 명분, 국내 임금체불의 상당 부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반면 업계에서는 성급한 기금화보다는 현행 제도의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 퇴직연금 업계 관계자는 "우리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은 원리금이 보장되는 예금 상품이 기본 운용 방안에 포함되어 있고, 다수 가입자의 보수적 성향이 여기에 반응한 결과"라며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기금화만 서두르면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향후 전망과 준비사항

퇴직연금 의무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퇴직연금 의무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 법안 통과는 시간 문제로 보입니다.

고용노동부는 2028년까지 관련 법령 정비를 완료하고 단계적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입니다. 기업들은 지금부터 퇴직연금 도입을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할 시점입니다.

근로자들에게는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는 기존 방식에서 연금으로 분할 수령하는 방식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20년 넘게 장기 가입 후 연금을 수령할 경우 세제 지원 혜택도 주어질 예정이어서 장기적 관점에서 퇴직연금을 바라봐야 합니다.

다만 중도 인출 요건이 더욱 까다로워질 예정이어서 주택 구입이나 전세 임차 등 불가피한 사유가 아닌 이상 중도 인출은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퇴직연금 의무화는 언제부터 시행되나요?
A: 정확한 시행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기업 규모별로 5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입니다. 300인 이상 대기업부터 시작해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까지 순차적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Q: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수 없게 되나요?
A: 정부는 퇴직급여를 퇴직연금으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일시금 지급 방식은 폐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신 연금 형태로 분할 수령하게 됩니다.

Q: 3개월만 일해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나요?
A: 정부는 현재 1년 이상 근무해야 받는 퇴직급여를 3개월 이상 근무시에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2028년 입법을 목표로 추진 중입니다.

Q: 중소기업에는 어떤 지원이 있나요?
A: 30인 이하 업체가 자발적으로 조기 도입하면 부담금의 10%를 정부 예산으로 3년간 지원하고, 새로 도입한 중소기업에는 최대 5억원까지 융자를 제공합니다.

Q: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될까요?
A: 정부는 퇴직연금공단 신설과 벤처기업 투자 허용 등을 통해 수익률 개선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기금형이 반드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퇴직연금 의무화는 우리나라 퇴직급여 제도 역사상 가장 큰 변화입니다. 근로자들의 노후 소득보장을 강화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중소기업의 부담 증가와 시장 혼란 등 부작용도 우려됩니다. 성공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 기간과 세심한 지원 방안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